광활한 우주를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가시광선은 사실 거대한 전자기 복사 스펙트럼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자기 복사 스펙트럼은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전파부터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감마선까지 광범위하다.
전자기 스펙트럼은 전체적으로 보면 전파와 마이크로파에서 시작해 적외선을 거쳐 가시광선에 도달했다가 자외선을 넘어 X선, 감마선에 이른다. 파장의 범위는 밀리미터에서 킬로미터에 이르며, 1미터의 1,000조분의 1까지 짧아진다. 가시광선의 파장 범위는 390~700나노미터 정도 된다.
별과 같은 천체는 여러 가지 파장을 넘어 복사선을 방출한다. 표면 온도가 높아질수록(에너지가 높아지고) 파장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행성과 같은 차가운 천체는 적외선만 방출하는 반면, 뜨거운 천체는 대부분 자외선이나 심지어 X선까지 방출한다. 에너지가 가스 형태로 집양된 성운처럼 다른 천체도 원자 구조에 따라 특정 파장을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우주에서 방출되는 다양한 전파는 대체로 대기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구에 도달한다. 그러나 파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앞에서 설명한 망원경 크기로는 전파 상이 선명하게 포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 천문학자들은 전파를 안테나에 모아주는 거대한 접시 모양 수신기를 세웠다. 이 수신기로 하늘 곳곳을 훑어 전파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각각의 거대한 망원경은 부족한 선명도를 채워 주는 한편, 전파간섭계는 한 대의 수신기가 만드는 것처럼 더 선명한 전파 상을 생성하고자 구역 정체 망원경에 잡힌 신호를 하나로 결합한다.
마이크로파의 파장은 1밀리미터에서 1미터이다. 마이크로파는 짧으면 짧을수록 상을 포착하기가 수월하지만 대기권에서 많이 흡수된다는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인공위성이나 고고도 열기구에 마이크로파 망원경을 설치해 빅뱅 후의 흔적과 같은 마이크로파 관련 현상을 연구한다.
적외선이나 열복사는 온도가 낮아 가시광선을 내보낼 수 없는 천체들을 방출한다. 물론 태양이나 심지어 빨간색과 주황색의 차가운 별들이 내보내는 에너지의 상당량도 적외선이나 열복사이다. 하지만 우주에서 오는 적외선은 지구 대기에서 흡수되거나 흩어지기 때문에 감지하기 어렵다. 망원경을 최대한 대기 위쪽에 오도록 산꼭대기에 설치하면, 낮은 하늘에서도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높은 근적외선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차가운 원적외선을 관찰하려면 완전히 대기권 밖에서 궤도 망원경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궤도 망원경은 망원경 안에서 생기는 적외선을 별도로 감지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냉각기로 액화 가스를 사용해 온도를 극도로 낮추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액화 가스는 조금씩 증발하면서 적외선 위성의 수명을 줄인다. 그래도 도전할만한 가치는 있다. 적외선을 통해서만 행성, 왜성, 먼지 등 볼 수 없는 차가운 우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